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은 다양한 창의적이고 비전통적인 방법들을 개발하고 활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 우리가 알아야 할 초현실주의 기법 6가지를 소개합니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은 실험적이고 자발적인 태도로 예술에 접근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들은 자기 검열과 이성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자동주의(automatism)라는 개념에 기반한 게임 같은 접근 방식을 활용하고 고안했습니다.
이러한 기법에는 데칼코마니(decalcomania), 프로타주(frottage), 그라타주(grattage), 오실레이션(oscillation), 퓌마주(fumage), 익스퀴짓 코프스(exquisite corpses) 등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의 핵심은 무의식, 자유로운 상상력, 그리고 예측하지 못한 결과에 대한 개방성입니다. 다음 내용을 통해 각 기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세요.
1. 데칼코마니: 18세기 기술이 초현실주의로 변모하다
데칼코마니는 18세기 영국에서 도자기를 장식하기 위해 고안된 기법입니다. 이 기술은 예측 불가능하고 자유분방한 무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이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데칼코마니'라는 용어는 프랑스어 '데칼코마니(decalcomanieㆍdecalquer)'에서 유래했으며, 영어로는 '전사하다', '찍어 누르다', '밟다'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데칼코마니는 두꺼운 페인트를 아직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캔버스에 펴 바른 후, 종이, 유리, 알루미늄 포일과 같은 재료로 덮는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페인트가 마르기 전에 덮은 재료를 떼어내면, 자발적으로 생성된 구성물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결과물은 독립된 작품으로 간주될 수도 있고, 추가적인 예술적 작업의 기초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초현실주의 예술가인 오스카 도밍게스, 막스 에른스트, 레메디오스 바로 등이 이 기법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바로의 작품 Caravan에서는 배경을 데칼코마니로 표현하여 작품의 으스스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초현실주의의 공동 창립자인 앙드레 브르통 또한 데칼코마니 기법을 자주 활용했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1935년작 Untitled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데칼코마니는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에게 의식적인 통제보다는 우연의 결과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생성된 상상 속의 풍경, 기괴한 형태, 꿈같은 패턴들은 초현실주의 운동에서 환영받았습니다.
브르통의 작품은 인간의 마음속 무의식적인 경로를 탐구하며, 그림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어우러진 모습은 인간 심리의 드러난 부분과 숨겨진 부분을 암시합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모든 초현실주의 방법과 마찬가지로, 데칼코마니는 의식적인 통제를 억제하고 예술 제작 과정에서 자발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자동주의 개념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2. 프로타주(Frottage): 막스 에른스트의 초기 혁신
독일 출신의 다다이즘 및 초현실주의 선구자인 막스 에른스트는 실험적인 예술 접근 방식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자동적인 창작 과정에 대한 매료에서 출발하여 여러 비전통적인 기법을 발명했습니다.
자동주의는 논리, 미적 관습, 사회적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했습니다. 이러한 기법 중 하나로 에른스트는 1925년에 '프로타주(Frottage)'라는 기법을 고안했습니다.
에른스트는 낡은 나무 바닥을 관찰하다가 새로운 기법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그는 나무 판자에서 보이는 나뭇결 무늬에 매료되어 이를 시각적 언어로 번역하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프로타주 기법이 탄생했습니다.
'프로타주'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문지르다'는 뜻에서 유래했으며, 이 과정은 기법의 핵심입니다. 연필, 흑연, 분필, 크레용 등의 도구를 이용해 질감이 있는 표면 위에 놓인 종이를 문질러 무늬를 만들어냅니다.
이 기법으로 생성된 결과물은 완성된 작품으로 간주되거나 추가적인 작업의 기초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에른스트의 1927년작 Forest and Sun은 프로타주 기법이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에게 얼마나 유용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자연의 강력한 힘에 대해 혼란스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자연은 실재하는 구체적인 현상이지만, 에른스트는 이를 초현실적 영역으로 전환시켰습니다. 프로타주에서 생성된 수많은 어둡고 음산한 균열과 형태 덕분에 이 작품은 자연과 우주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담고 있습니다.
3. 프로타주에서 그라타주로
막스 에른스트는 1927년에 프로타주 기법을 유화에 적용하면서 '그라타주(Grattage)'라는 기법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라타주는 페인트가 칠해진 캔버스를 질감이 있는 물체 위에 올려놓고 페인트층을 긁어내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밑에 깔린 색들이 드러나고, 예상치 못한 색채 패턴이 만들어집니다. 이 기법의 이름은 프랑스어로 '긁어내다'라는 뜻에서 유래했습니다.
에른스트는 캔버스에서 페인트를 긁어낼 때 전통적이지 않은 도구를 사용하며 더욱 독창적인 예술적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그는 스펀지, 메스, 면도날 같은 일상적인 물건들을 사용했으며, 페인트를 칠한 캔버스를 올려놓기 위해 나뭇결, 깨진 유리, 철망 같은 비전형적인 기반을 활용했습니다. 이러한 기법으로 완성된 결과물은 상징적이고 감각적이며 자유로웠습니다.
에른스트는 그라타주 기법을 활용하여 Max Ernst Showing a Young Girl the Head of his Father 작품 속 숲을 표현했습니다. 이 기법은 작품의 심리적 측면을 강조하는 데 매우 유용했습니다.
에른스트는 다른 초현실주의자들처럼 억압된 욕망과 성적 억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따라서 작품 속 숲을 구성하는 세밀한 선과 복잡한 무늬는 어린 시절의 성적 심리, 근친 관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관련된 프로이트의 난해한 이론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4. 오실레이션(Oscillation): 막스 에른스트가 발견한 또 다른 기법
막스 에른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뉴욕에서 그의 예술적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1942년, 그는 '오실레이션(Oscillation)'이라는 기법을 고안했습니다.
에른스트는 물리학, 천문학, 수학에 큰 흥미를 가지며 자신의 창작 과정에 과학적 요소를 통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전통적으로 논리, 정밀성, 합리성에 기반한 학문에 대한 그의 관심은 초현실주의의 배경과 상반되며, 무의식적이고 상상적인 영역을 탐구했던 그의 예술적 성향과는 대조적입니다.
하지만 그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처럼 기존의 공간과 시간 개념을 거부하는 비정형적이고 비정확한 과학의 측면에 매료되었습니다.
복합진자(compound pendulum)에 영감을 받아 막스 에른스트는 오실레이션 기법을 만들었습니다. 복합진자는 두 개 이상의 질량으로 구성된 진자로, 수평 축을 기준으로 자유롭게 진동할 수 있습니다.
에른스트는 밑바닥에 구멍을 뚫은 페인트 캔을 끈에 묶고, 캔을 진자의 움직임처럼 캔버스 위에서 앞뒤로 흔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늬는 타원형이나 행성 궤도를 연상시켰습니다.
에른스트는 이 기법의 예측할 수 없는 성격과 창작 과정에서 완전한 통제를 가질 수 없는 점을 매력적으로 여겼습니다. 이러한 자유로운 선이 제공하는 연상적 패턴은 이 기법의 또 다른 큰 장점이었습니다.
한편, 일부 예술사학자와 비평가들은 에른스트의 이 기법이 잭슨 폴록의 드립 페인팅(drip painting) 기법에 선례를 제공했다고 평가합니다.
실제로 에른스트는 프랑스 비평가 프랑수아즈 초아이(Francoise Choay)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작품 덕분에 폴록이 이 기법을 알게 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뉴욕의 예술가들은 에른스트가 미국에 오기 전부터 드립 및 페인트 붓기 기법을 실험하고 있었습니다.
에른스트의 회화는 항상 형상적(figurative)인 반면, 폴록은 추상적 표현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폴록은 그의 드립 기법에 물리학 원리나 진자와 같은 장치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5. 퓌마주(Fumage): 불꽃을 활용한 초현실주의 기법
퓌마주(Fumage)는 연기를 활용한 초현실주의 기법으로, 종이나 캔버스를 기초 재료로 사용합니다. 캔버스를 사용할 경우 기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캔버스는 반드시 젖어 있어야 합니다.
퓌마주는 암시적이고 흐릿한 이미지를 생성하며 초현실주의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살바도르 달리, 로베르토 마타, 앙드레 마송 등 여러 예술가가 이 기법을 활용해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퓌마주 기법은 1930년대 후반 오스트리아 출신 예술가 볼프강 팔렌이 발명했습니다. '퓌마주'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연기'를 뜻합니다. 1938년, 팔렌은 이 기법을 처음으로 유화 작품에 적용했으며, 그전까지는 종이에만 사용했습니다.
연기는 팔렌에게 희미한 형상, 몽환적 패턴, 환영적이고 유령 같은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는 연기의 예측 불가능한 특성을 활용하여 초월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이미지는 무의식에서 솟아나는 환영, 꿈, 충동을 연상시킵니다.
퓌마주의 가변적이고 불규칙적인 특성은 예술가가 창작 과정에서 통제력을 포기한다는 점을 상징합니다. 팔렌은 자발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받아들이며, 창작 과정에서 완전히 자동주의를 신뢰했습니다.
따라서 퓌마주는 자기 검열, 억압, 금지에서 벗어나 무의식적 정신을 탐구하는 수단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기법은 예술가와 관람자 모두에게 자신의 무의식 깊이를 탐구하도록 초대하며, 논리보다는 직관을 따를 것을 권장합니다.
6. 엑스퀴짓 콥스(Exquisite Corpse): 놀이처럼 즐기는 초현실주의 기법
엑스퀴짓 콥스(Exquisite Corpse)는 프랑스어로 'cadavre exquis'에서 유래한 기법으로, 초현실주의 기법 중에서도 가장 놀이에 가까운 재미있는 방법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기법은 1925년 파리에서 앙드레 브르통, 이브 탕기, 마르셀 뒤샹, 자크 프레베르와 같은 저명한 예술가와 지식인들이 고안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놀이로 시작했으며, 첫 번째 게임에서 나온 문장 le cadavre exquis boira le vin nouveau (엑스퀴짓 콥스는 새 와인을 마실 것이다)에서 기법의 독특한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이들은 놀이의 자동적이고 자연스러운 특성을 인지하고 이를 예술적 기법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엑스퀴짓 콥스의 정의와 특징
엑스퀴짓 콥스는 협업 작품으로, 여러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각자 창작 과정에 기여하는 방식입니다. 초기에는 단어와 문장 작성에만 사용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림과 이미지로 확장되었습니다.
규칙은 매우 간단합니다. 각 참여자가 자신만의 단어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이를 접어 다음 참여자에게 내용이 보이지 않게 숨깁니다.
이후 이 종이는 다른 참여자에게 전달되어 그들이 새로운 내용을 더해갑니다. 최종 결과물은 예측할 수 없고, 유머러스하며, 거칠고 즉흥적인 특징을 띱니다.
엑스퀴짓 콥스의 이점과 심리학적 연관성
엑스퀴짓 콥스의 또 다른 장점은 칼 융(Carl Jung)의 가르침과의 연관성입니다. 융의 이론은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에게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이론만큼이나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그룹 활동을 통해 참여자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개인 무의식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들은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이라는 새로운 정신적·심리적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엑스퀴짓 콥스는 단순히 놀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 사고와 협력의 가능성을 통해 예술 창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이 기법은 예술가들에게 창작 과정에서의 통제권을 내려놓고, 우연성과 자동주의에 몸을 맡기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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