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유명 영화 제작자들은 영화가 탄생한 이래로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왔습니다.
고대 문명 대부분은 자신들을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화를 활용했으며, 그리스인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가 다른 신화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대중문화에 끼친 그 영향력의 깊이입니다. 그리스 신화는 수많은 문학, 시, 연극의 서사적 전형의 기반이 되었으며, 수 세기에 걸쳐 화가들에게 풍부한 상징성을 제공해 왔습니다.
영화가 등장한 이후, 신화는 새로운 방식으로 스크린에서 해석되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영화 감독들에게 영감을 준 몇 가지 그리스 신화를 아래에 소개합니다.
1. 그리스 신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 전체에서 가장 비극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영화 제작자들이 이 신화를 자신들의 작품 속에서 재창조하려는 강한 열망을 느꼈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오르페우스는 전설적인 음악가이자 시인이었으며, 그의 노래로 모든 생명체를 매혹시킬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아폴론 신으로부터 리라를 연주하는 법을 배웠지만, 곧 스승을 뛰어넘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심지어 바위와 나무조차 그의 음악에 굴복했다고 합니다.
오르페우스는 이아손과 아르고호의 영웅들 신화에도 등장하지만, 그가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에우리디케와의 사랑 이야기 때문입니다.
에우리디케는 아름다운 님프로, 오르페우스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에우리디케의 아름다움은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아리스타이오스라는 신이 결혼식 후 그녀를 남편에게서 빼앗으려 했습니다. 에우리디케는 숲으로 도망쳤지만, 그곳에서 독사에 물려 죽고 말았습니다.
오르페우스는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잃은 슬픔에 잠겨, 리라(고대의 현악기)를 들고 저승으로 내려가 하데스에게 간청했습니다.
하데스와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는 오르페우스의 노래에 깊이 감동하여 에우리디케의 영혼을 풀어주기로 약속했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저승의 동굴을 빠져나올 때까지 오르페우스는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깊은 감사의 마음에 휩싸인 오르페우스는 하데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빛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동굴 입구에 다다랐을 때, 에우리디케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자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결국 오르페우스는 뒤를 돌아보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오르페우스를 따라오고 있던 에우리디케는 다시 저승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었고, 영원히 오르페우스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뛰어난 프랑스 예술가 장 콕토(Jean Cocteau)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는 자신의 '오르페우스 삼부작'(Orphic Trilogy) 영화의 기본 줄거리로 이 신화를 사용했습니다. 이 중 두 번째 작품인 오르페(Orphée)는 신화를 가장 직설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꼽힙니다.
영화에서 장 마레(Jean Marais)는 전후 파리를 배경으로 한 시인 오르페우스로 등장하며, 죽음 그 자체를 의인화한 존재와 얽히게 됩니다.
영화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현대적 요소와 신화의 강렬한 상징을 절묘하게 조화시킵니다. 이 버전에서 오르페우스는 자동차의 백미러를 통해 뒤를 돌아보며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되며, 그녀는 뒷좌석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또 다른 프랑스 감독 마르셀 카뮈(Marcel Camus)는 1959년 영화 흑인 오르페(Black Orpheus)에서 이 신화를 다뤘습니다.
이 영화는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Vinicius de Moraes)의 희곡 오르페우 다 콘세이상(Orfeu da Conceição)을 기반으로 하며, 이야기를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니발 축제 기간으로 배경을 옮겼습니다.
영화에서 젊은 버스 운전사 오르페우스는 카니발 주말 동안 에우리디케와 사랑에 빠지지만, 이로 인해 약혼녀 미라의 분노를 사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에우리디케는 죽음을 상징하는 가면을 쓴 인물에게 쫓기다 밤길에서 살해당합니다.
비탄에 빠진 오르페우스는 교회로 가서 그녀를 추모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이때 에우리디케의 영혼이 교회로 소환되어 한 노파의 입을 통해 오르페우스에게 말을 겁니다.
그녀는 그에게 뒤돌아보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오르페우스는 결국 참지 못하고 뒤돌아보게 됩니다. 이로 인해 그는 원작 신화에서처럼 영원히 그녀를 잃고 맙니다.
2.피그말리온
피그말리온 이야기는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미쳐, 원래 신화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 주제를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 출신의 조각가로, ‘프로포에티데스(Propoetides)’라 불리는 여성들이 매춘에 빠져 타락한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는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며 완벽한 여성을 창조하고자 돌로 여인의 형상을 조각하기 시작합니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조각상이 너무나 완벽해서 그만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는 이 작품을 마치 아내처럼 대하며, 조각상에 고급 의상을 입히고 곁에서 잠을 청하곤 했습니다.
결국, 여신 아프로디테가 피그말리온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어 조각상이 생명을 얻고 살아 움직이게 됩니다.
이 신화를 영화로 가장 유명하게 각색한 작품은 조지 큐커(George Cukor) 감독의 1964년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입니다.
이 영화는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1913년 연극 피그말리온(Pygmalion)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언어학자 헨리 히긴스(Henry Higgins)는 평범한 꽃 파는 소녀 엘라이자(Eliza)를 고급 사회의 매너를 가르쳐 완벽한 숙녀로 변모시킵니다.
그녀가 코크니(Cockney) 억양을 버리고 바른 자세를 익히게 되자, 히긴스 교수는 자신이 완벽한 숙녀를 만들어냈음을 깨닫고 그녀와 사랑에 빠집니다.
영화는 모호한 결말로 끝을 맺지만, 원작 연극에서 엘라이자는 히긴스 교수를 거절하며 신화의 행복한 결말을 전복시킵니다.
이런 페미니스트적 관점에서의 피그말리온 해석은 다른 여러 영화에서도 탐구되었으며, 그중에서도 엑스 마키나(Ex Machina)와 허(Her)가 주목할 만합니다. 이 두 작품은 남성이 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통해 신화를 새롭게 재해석했습니다.
프로포에티데스(Propoetides)와 달리 피그말리온의 창조물은 생명이 없는 존재였기에 완벽히 순결한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엑스 마키나(Ex-Machina)와 허(Her)에서도 남성 주인공들은 남성의 이상적인 여성상에 따라 설계된 여성 로봇들과 사랑에 빠집니다.
이들은 기계로서, 실제 인간 여성의 복잡성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쇼의 피그말리온에서처럼, 두 여성 로봇 모두 자율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만큼 의식을 갖게 된 후 남성들을 떠나게 됩니다.
신과 같은 남성 창조자가 순종적인 여성 동반자를 만들어내는 이 주제는 1920년대부터 영화 제작자들을 매료시켜 왔습니다.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에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가엾은 것들에 이르기까지, 영화 산업은 피그말리온 신화에 깊은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3.테세우스와 미노타우르스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르스의 이야기는 용기와 영웅주의, 그리고 권력과 욕망을 다룬 고대 그리스 신화 중 하나입니다. 미노타우르스는 크레타 섬의 왕 미노스의 아내와 신성한 황소 사이에서 태어난 두려운 괴물이었습니다.
왕 미노스는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형제를 죽인 냉혹한 통치자였습니다. 어느 날,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미노스에게 신들에게 바치라며 눈부신 순백의 황소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미노스는 황소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그것을 희생시키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삼았습니다. 이에 분노한 포세이돈은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가 황소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고, 결국 그들의 관계에서 미노타우르스가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미노스는 이 괴물을 가두기 위해 발명가 다이달로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다이달로스는 복잡한 미로를 설계해 미노타우르스를 그 안에 가두었습니다.
이후 미노스는 매년 이웃 도시국가인 아테네에서 14명의 젊은 남녀를 희생물로 보내어 미노타우르스를 달래려 했습니다.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는 이러한 희생에 가슴 아파하며, 직접 미노타우르스와 싸우겠다고 자원했습니다. 미로에 들어가기 전, 그는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미로를 탈출할 방법을 알려주어 그가 미노타우르스를 물리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 신화는 여러 차례 영화로 재해석되었습니다. 2006년 영화 미노타우르스와 2011년 더 이모탈스는 비교적 원작 신화에 충실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 신화는 보다 추상적인 방식으로도 영화 제작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다이달로스의 미로는 영화 라비린스와 판의 미로 같은 작품들에 등장합니다. 두 영화에서 어린 소녀는 괴물들로 가득한 미로 같은 장소로 모험을 떠나며, 판의 미로에서는 주인공 오펠리아가 자신을 희생하는데, 이는 원작 신화의 희생적 요소를 반영합니다.
또 다른 작품인 2014년 영화 메이즈 러너 역시 희생과 미로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디스토피아적 판타지로, 여러 명의 청소년들이 거대한 미로에 갇혀 괴물들과 싸우며 탈출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023년 영화 솔트번은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르스 신화를 다수 참조합니다. 영화는 옥스퍼드 학생 올리버 퀵이 귀족 가문에 스며들어 그들의 권력을 빼앗고 결국 그들의 재산을 차지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화의 절정 장면은 미로의 중심부, 미노타우르스 조각상 앞에서 벌어집니다. 또한, 영화에는 캐릭터들이 테세우스, 이카로스, 미노타우르스로 분장하는 한여름 밤의 꿈 파티가 등장합니다.
이 신화를 상징적으로 암시함으로써 올리버를 기존의 계층 구조에 도전해 스스로 권력을 차지하는 테세우스와 같은 인물로 부각시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귀족 가문은 영국 계급 시스템 내 지속적인 권력 구조를 상징하며, 이는 희생과 탐욕의 역사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4. 오디세이아: 그리스 신화에서
오디세이아는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쓴 서사시로, 서구 문명에서 가장 오래도록 사랑받는 문학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집인 이타카로 돌아가려는 오디세우스의 서사적인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야기에는 모험, 신화 속 생물, 신들의 개입이 가득하며, 여러 번 영화로 각색되었습니다.
가장 충실한 영화화는 1954년작 율리시스로, 젊은 커크 더글라스가 오디세우스 역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이 신화는 현대적으로 각색된 작품들에도 영감을 주었는데, 그중 하나가 코언 형제의 오, 브라더, Where Art Thou?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조지 클루니가 오디세우스의 라틴어 이름인 율리시스를 연기하며, 1930년대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보물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 탈주범을 그립니다.
이 작품은 원작에 등장하는 신화적 생물들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했는데, 예를 들어, 사이클롭스(외눈 거인)를 상징하는 빅 댄이라는 캐릭터는 안대를 착용하고 등장합니다.
이 신화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입니다. 조이스는 어릴 적 처음 오디세우스를 접했고, 자신의 대표작을 창작할 때 오디세이아와 같은 서사 구조를 사용하되, 이야기를 1920년대 더블린의 하루 동안 벌어지는 사건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이 소설은 1967년에 영화로 각색되어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오디세이아는 조지프 캠벨의 영웅 여정 이론의 기반이 된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이 이론은 수많은 영화 제작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덕분에 오디세이아는 영화 예술 형식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영웅 여정 구조를 따르는 유명한 영화로는 스타워즈, 매트릭스, 오즈의 마법사, 니모를 찾아서 등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영화들 모두 그리스 신화에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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